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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3-19 새벽이 올 때까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Hit 540회 작성일Date 19-04-30 11:54

    본문

    민희 아빠는 다니던 직장을 잃은 뒤, 어렵게 모은 돈으로 조그만 음식점을 시작했다. 

    하지만 음식점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그만 두어야 했다.  생각보다 손님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희망 하나로 시작한 음식점이 실패하자 아빠는 하루하루 마른 꽃잎처럼 시들어 갔다. 

    민희네 가족은 조그만 집들이 들꽃처럼 옹기종기 모여앉은 변두리 산동네로 이사를 해야만 했고, 민희 아빠는 이사온 후부터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예전처럼 민희와 동생을 대해주지 않았고, 웃음마저 잃어가는 듯했다. 새벽녘 엄마와 함께 우유배달을 마치고 돌아와도 아빠는 온종일 어두운 방안에만 있었다. 

    공부를 방해하는 남동생 때문에 민희가 공부방을 조를 때마다 아빠는 말없이 아픔을 삼킬 뿐이었다. 

    하루는 남동생이 다 떨어진 운동화를 들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엄마, 아이들이 내 운동화보고 뭐라는 줄 알아? 거지 신발이래, 거지신발이래, 거지신발!" 아빠는 이런일이 있는 날이면 늘 엄마로부터 천 원짜리 한 장을 받아들고 술 한 병을 사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곰팡이 핀 벽을 향해 돌아앉아 말없이 술잔만 기울였다. 

    산동네로 이사온 후 얼마되지 않아 밤늦은 시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산동네 조그만 집들을 송두리째 날려보내려는 듯 사나운 비바람도 몰아쳤다. 칼날 같은 번개가 쩍 하고 갈라놓으면, 곧이어 천둥소리가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비오는 날이 계속되면서 곰팡이 핀 천장에는 동그랗게 물이 고였다. 그리고 빗물이 한두 방울씩 돌어지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빗물이 방울져 내렸다.

    민희 엄마는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 걸레 대신 양동이를 받쳐 놓았다. 

    "이걸 어쩌나, 이렇게 비가 새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손 좀 볼걸 그랬어요." 엄마의 말에 돌아누운 아빠는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아빠는 며칠 전, 우유 배달을 하다가 오토바이와 부팆쳐 팔을 다쳐 며칠째 일도 못하고 있었기에 아픔은 더욱더 컸다. 

    아빠는 한쪽 손에 깁스를 한 불편한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언제나 그랬듯이 엄마에게 천 원을 받아들고 천둥치는 밤거리를 나섰다. 그런데 새벽 1시가 넘도록 아빠가 집에 들어오지 않아 엄마와 민희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창 밖에선 여전히 천둥소리가 요란했고, 밤이 깊을수록 점점 더 불안해졌다. 엄마와 민희는 우산을 받쳐들고 대문 밖을 나섰다. 

    아빠를 찾아 동네 이곳저곳을 메맸지만 비바람 소리만 장례행렬처럼 웅성거릴 뿐 아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민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지붕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검은 그림자는 분명 아빠였다. 

    "엄마.. 저기 봐.. " 아빠는 천둥치는 지붕 위엥서 온몸으로 사나운 비를 맞으며 앉아 있었다. 

    깁스한 팔을 겨우 가누며 빗물이 새는 깨어진 기와 위에 우산을 받치고 있었다. 비바람에 우산이 날아갈까 봐 한 손으로 간신히 우산을 붙들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무척이나 힘겨워 보였다. 민희가 아빠를 부르려고 하자 엄마는 민희 손을 힘껏 잡아당겼다. 

    "아빠가 가엾어도 지금은 아빠를 부르지 말자. 너희들과 엄마를 위해서 아빠가 저것마저 하실 수 없다면 더 슬퍼하실짇도 모르잖아." 

    엄마는 목이 메여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아빠를 바라보는 민희 눈에도 끝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가난을 안겨주고 아빠는 늘 아파했다. 

    하지만 그날 밤, 아빠는 천둥치는 지붕 위에 앉아 우리들의 가난을 아슬아슬하게 받쳐들고 있었다. 

    아빠는 가족들의 지붕이 되려 했던 것이다. 

    비가 그치고, 하얗게 새벽이 올 때까지... 


    삼진기획 연탄길 중에서 발췌 - 지은이 : 이철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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